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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한겨례-중국땅에 묻힌 꿈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04/02/16
조회수
2427
중국 땅에서 갇힌 ‘인권사진가’의 꿈 [한겨레] 사진가 석재현(34·사진)씨 부인 강혜원(39·사진)씨 인터뷰 “남편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사람의 정이 묻어있는 사진에 관심을 가졌어요. 주로 그런 사진들을 찍어 왔구요. 탈북 보트피플을 찍기 위해 중국 땅을 밟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이유로 2년 동안 꼬박 교도소 생활을 해야 한다니 너무 가혹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석재현(34·경일대 강사)씨의 부인 강혜원(39·대구대 강사)씨는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중국행을 말렸을 것”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석씨는 지난해 1월18일 한국의 두리하나선교회, 유럽 국경없는 의사회, 일본 북한난민구호기금 등이 ‘리본’이라는 암호명으로 탈북자 80여명의 해상망명을 추진했던 사건에 연루돼 최영훈(41·무역업)씨 등과 함께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1·2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고 산둥성에 있는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최씨는 5년형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17일 동안 성경책을 오려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 중국에 갇혀 있는 한국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기도 했다. 이것이 국내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편, 석씨가 중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탈북난민의 모습을 취재해 이들의 인권실태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진가로서의 의무감과 소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뉴욕타임즈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던 점도 이런 선택을 가능케해줬다. 그러나 석씨는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은 돈을 받고 탈북자를 지원하는 브로커도 아니고 단지 탈북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보트피플과 동승했을 뿐입니다. 작년 초 우연한 기회에 만난 탈북자를 통해 이들의 비참한 상황을 듣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진을 찍어 알리는 길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강씨는 2년동안 중국에 갇혀있어야 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작년 1월11일 남편이 일본에 있는 저를 갑작스레 한국으로 불러 들였어요.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회의가 있었는데, 남편은 이 자리에서 보트피플 동승취재를 제안받았고 제 의사를 물었죠. 전 그 자리에서 ‘가라’고 동의했구요.” 당시 결혼 2년째였던 강씨는 남편이 탈북자들과 동행했을 때 닥칠 어려움도 예상했지만 남편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처음 체포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늦어도 5월이나 추석 전에는 풀려날 것으로 기대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 꿈마저 접었어요. 작년 9월 첫 면회 때 ‘석방될 것이라는 희망을 얘기하지 말라. 그러면 하루하루가 더 견디기 힘들다’는 남편의 자포자기 심정을 들었을 때는 그 후회가 더욱 컸어요." 남편의 신분이 사진기자라는 게 명백하게 밝혀졌고 한국사진학회, 한국다큐멘터리사진학회, 한국현대사진영상학회, 한국포토저널리즘학회, 한국사진기자협회 뿐 아니라 미국 언론인보호위원회에서도 석방탄원서를 보냈음에도 중국 쪽의 완강한 태도로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씨는 최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생각에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다. 바로 남편의 가석방이다. 중국법상 ‘외국인이 2년형을 언도받았을 경우 1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정식 요청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석씨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지난 17일 있었던 세번째 면회에서는 남편의 표정도 한층 밝아져 있었다고 강씨는 전했다. “체포되기 전 75kg에 육박했던 남편의 몸무게는 50kg대로 줄어 몇 겹의 옷을 껴입었어도 뼈가 앙상하게 드러났고, 피부는 어묵처럼 쪼그라들어 있었어요. 손과 발은 동상에 걸려 있었지만 혈색은 밝아보였어요. 희망을 얘기하지 말라던 남편도 중국어를 배울 수 있게 중국어사전을 보내 달라고 부탁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면서 강씨는 남편의 꺾인 꿈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부탁했다. “지금까지 가족으로서 할 일은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중국을 15번이나 다녀왔고, 일본도 6번 들락거렸습니다. 외교부와 중국대사관, 언론과 비정부기구(NGO) 등에 남편의 억울함을 알리고 석방을 호소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이라곤 한국 정부가 직접 남편의 가석방을 중국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하는 일 뿐입니다.” 강씨는 석씨 뿐 아니라 최영훈씨를 비롯해 중국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모두가 하루 빨리 풀려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씨는 “최영훈씨의 성경책 편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중국 내 억류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행”이라며 “그 분들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지속되어야 이들의 한국행이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영 <인터넷한겨레> 기자 kimmy@news.hani.co.kr ◇ 석재현씨는 누구? 석재현씨는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시각디자인학부에서 보도사진을 전공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대구 미래대학 사진과 계약교수로 재직한 뒤 프리랜서로 <뉴욕타임즈> 등에 현장사진을 보도해왔다. 또 한국사진학회, 현대사진영상학회, 다큐멘터리사진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공안에 체포되기 전까지 경일대학교, 계명대학교, 경성대학교 등에서 보도 사진 관련 강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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