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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영남-윤정현교수의 '시네마 라운지'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04/09/09
조회수
1781
영남일보 2004 09 08 [시네마 라운지] 터미널 동유럽 크라코지아 출신의 빅터 나보르스키(톰 행크스)가 뉴욕 JFK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그의 조국에선 쿠데타가 일어나고 졸지에 빅터는 무국적자가 된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미국으로 입국할 수도 없는 빅터는 출입관리국 책임자 딕슨(스탠리 투치)과 비장한 대결을 펼치며 그만의 생존방식을 실천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생긴 숱한 에피소드가 관객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고로 전해져 온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번엔 톰 행크스를 공항으로 불러들여 특유의 휴머니즘을 선보인다. '터미널'은 그랜드호텔 형식에 담아낸 인간적 비장미가 돋보이는 영화다. 그랜드호텔 형식이란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파생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기법을 일컫는다. 독일의 그랜드호텔을 배경으로 각계 각층의 다양한 투숙객들이 간직한 이면사에 초점을 맞췄던 동명의 영화(1932년 MGM 제작, 그레타 가르보 주연)에서 유래된 이 형식은 그간 현장의 긴박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재난영화('포세이돈 어드밴처' '타워링' '에어포트')나 법정극('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애용되어 왔다. 예기치 않게 장기노숙자가 된 비영어권의 순진무구한 주인공이 극한 상황 속에서 공항 근무자들을 따뜻이 품어가는 과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일체감을 갖게 하기에 족하다. 그들이 인도 출신의 늙은 청소부든, 흑인 이민국 직원을 아내로 맞고 싶어 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기내식 배달부든, 애인과 힘겨운 사랑의 전쟁을 치르는 미녀 스튜어디스든 간에. 따라서 빅터의 인생유전이 펼쳐질 공항은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캘리포니아 팜데일에 실제의 JFK공항보다 더 진짜같은 세트를 만들어버린 스필버그의 무모한 안목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의 위력! 신문 속의 사망기사에 무덤덤한 독자가 소설 속 주인공의 죽음엔 눈물을 흘리는거나 진배 없다. 여기에 더스틴 호프먼, 잭 니컬슨의 계보를 이어 할리우드 최고의 성격배우로 성장한 톰 행크스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가 '앙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세트공항(밀가루)과 성격배우(앙코)의 찰떡궁합이 그랜드호텔 형식의 완벽한 요건임을 이 영화는 웅변하고 있다. 오지명처럼 비장의 액션배우('사나이현주소')에서 시트콤 전문의 성격배우('순풍산부인과')로 망가지기까지 폭넓은 연기 변신을 하지 못할 바에야 한 우물을 파는 게 성공의 지름길. 그간 '빅' '포레스트 검프' '그린마일' '캐스트어웨이' 등에서 '유별난 보통사람'을 소화해냈던 톰 행크스의 성격배우로서의 잠재력이 분명 예사롭지 않은 영화이다. 윤정헌<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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