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구일보] 산학협동 안하면 대학도 망한다 [오피니언]
- 작성자
- 장규하
- 작성일
- 2006/06/16
- 조회수
- 658
교육은 어느 시대든 국가적인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각되어 왔다. 그 나라의 장래가 바로 교육 정책 방향에 의해 좌우될 수 있고, 한 개인으로서는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미래의 자기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로 나아가는 직접적인 가교로서 기능을 가지는 대학교육이 바로 서지 않고는 국가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그러기에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점은 우리에게 주어진 매우 무거운 과제이다.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지금 우리는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동서고금의 설득력 있는 교육철학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다운 인간을 기르는 데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대학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오늘날 우리의 대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전문 직업 교육을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주장은 너무나 많이 접할 수 있어 식상할 정도다. 산학협동, 학내 기업 양성소, 현장실습,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형 교과과정, 학과 벤처기업, 기업 인턴제, 취업률 공시 등등 대학에서 통용되고 있는 이러한 용어는 오늘날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충분히 암시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진입한 때는 1980년대부터이다. 이때부터 우리의 대학교육은 과거 ‘아카데미즘’ 혹은 ‘상아탑’으로 상징되는 소수 정예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교육에서 다수가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중교육으로 빠르게 전환한다.
대학의 대중화는 대학교육이 사회 현실과 절연된 밀실에서 사색에 빠지는 인간형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고 연마한 지식과 기술을 직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천형 인간을 배출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사회 구조는 엘리트 교육을 필요로 하지만 오늘날의 대학교육은 사회 구성원 다수가 자기 삶을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도록 평등한 기회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직업 중심 교육이다.
이러한 직업 중심 교육이 각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자신에게는 행복한 삶과 미래의 희망을 약속해 주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경쟁력을 키우고 경제적 성장을 담보해 줄 수 있다.
직업은 개인과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는 필수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자기의 꿈과 뜻을 사회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다. 자기실현의 장은 바로 자기 존재의 의미가 아닌가?
미국 시카고 대학교 총장을 지냈던 로버트 허친스는 “대학 교육은 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이 생계비를 벌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아니면 교육을 받지 않았을 때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업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의 생계는 누군가에게 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 대학을 ‘상아탑’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사람이 없지 않다.
대학의 이상을 순수한 학문 탐구에 두고 현실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대학의 모습을 천박한 실용주의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비인간화를 초래하는 편협한 실용주의 교육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진지하고 순수한 학문탐구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학이 얼마만큼 학생들로 하여금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느냐이다.
역사학 교수 출신인 아일랜드 트리니티 대학 딕슨 학장은 “국제화,․산학협동 안하면 대학도 망한다”라고 했다. 익숙한 말이지만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김성동 경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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