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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영남일보] 뜨거운 녀석들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작성자
장규하
작성일
2007/07/06
조회수
562
2007/07/06 보수사회 겨냥한 엽기적인 경고장 영국제 로맨틱 코미디의 메카 '워킹 타이틀'사가 이번엔 장르를 바꿔 엽기적 경찰코미디를 선보였다. 그것도 할리우드 방식을 잔뜩 차용해 할리우드를 엿먹이는 당돌하기 짝이 없는 패스티시(pastiche ;혼성모방) 스타일로 말이다. 주변을 주눅들게 하는 출중한 능력 탓에 한적한 시골마을로 전출된 엘리트 경찰관 니콜라스 엔젤(사이몬 페그)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통해 보수 영국사회의 위험한 편견을 성토하는 '뜨거운 녀석들(Hot Fuzz)'에는 공포영화의 섬뜩함과 코미디의 통렬한 풍자성이 절묘히 결합돼 있다. 범죄율 제로를 자랑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 샌포드. 그곳에서 모든 액션 영화는 섭렵했지만 실제적인 범죄 경험은 전무한 순둥이 시골 순경 대니 버터맨(닉 프로스트)과 파트너가 된 엔젤은 마을 축제의 안전관리, 집 나간 백조 수색 등 무료한 업무로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끔찍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하고 엔젤은 이 마을에 겉보기와는 다른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파트너 대니와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뛰어들게 된다. 미국식 경찰영화의 전형적 구조인 버디무비(buddy movie;짝꿍 양식) 스타일에,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실토했듯이 할리우드의 기성 스릴러물(다이하드, 나쁜녀석들, 리셀웨폰, 코브라, 48시간, 폭풍 속으로 등)을 빠짐없이 짜깁기해 장면 구석 구석에 차용하는가 하면, 크린트 이스트우트, 아널드 슈워제네거, 스티븐 시걸 등의 대사와 동작을 천연덕스레 리바이벌시킨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러한 영화적 잔재주를 보다 큰 울림으로 솎아내고 있다는 데 있다. 죽은 아내의 애향심에 집착하는 시골 치안책임자의 성격파탄적 소유욕과 그릇된 공동선에 최면된 마을 사람들의 집단이기주의적 기행을 단순한 눈요깃감이나 플롯의 일회성 소도구로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특정의 메시지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것. 그것은 공익을 내세우면서 공익의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을 배제하고 폭력적으로 내면화한 질서로 이끌어가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에 다름 아니다. 목이 잘리고 피가 튀는 엽기적 영상 속에서도 두려움보다는 영악한 예감이 일게 되는 건 이런 알레고리 구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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