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매일신문] 휠체어 타고 가산산성 ‘희망의 산행’
- 작성자
- 장규하
- 작성일
- 2007/10/16
- 조회수
- 531
2007/10/15
고령 성요셉 중증장애우 30명 경일대산악회 도움으로 등정
'우리도 할 수 있다. 화이팅! 야호!야호!야호! 만세!만세~'
14일 낮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경북 칠곡 동명면 가산산성 정상에서 울려퍼진 200여명의 아마추어(?) 등산인들의 해맑고 힘찬 외침이 지나가던 등산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등산객들에게는 901m의 정상인 가산바위가 동네 산에 불과했겠지만 오늘 이들에게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못지 않은 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아예 휠체어에 앉은채 가산바위에 오른 이들이었기에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세상은 히말라야 고봉이 부럽지 않다 .
일반인들보다 배나 더 걸린 3시간만에 가산바위에 오른 이들은 경일대학교산악회(회장 박덕규) 초청으로 가을산행에 나선 경북 고령군 성요셉 재활원의 중증 장애우 등 원생 30명과 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에 나선 산악회원 등 18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아 걷는데 어려움이 많아 산에 오를 생각도 못했던 장인 이복순(여·44) 씨는 봉사자 4~5명의 부축을 번갈아 가며 받으며 올라 "너무 좋다."며 힘겹게 말을 하면서도 표정은 밝기만 했다.
이날 산행에 참가한 장애우들은 가장 어린 11세의 김모세 군에서부터 가장 연장자인 김상호(46) 씨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혼자 움직이기 쉽잖아 산행은 '남의 이야기'였다. 그러다 경일대산악회가 5년 전 이들의 세상밖 나들이를 주선, 반응이 너무 좋아 가을산행 행사를 가지면서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은 것. 특히 모세 군은 지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아 회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귀염둥이로 "다음에도 또 오겠어요."라 말해 봉사자들을 즐겁게 했다.
1회부터 이 행사를 준비해온 산악회 박대희(53)·차진철(41) 부회장은 "산악회 선후배들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행사가 가능했다."며 "참가장애우들의 즐거운 표정에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마침 전국에서 모집된 27명의 중·고교생들이 히말라야 로체로 원정을 떠나기에 앞서 팔공산에서 산악훈련을 받던 중 자원봉사에 나서 장구 및 대금연주와 함께 장애우들을 동행하기도 했다.
정인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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