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일보] 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 작성자
- 장규하
- 작성일
- 2007/12/28
- 조회수
- 852
2007/12/28
메리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휴전' 다룬 휴먼영화
도식적 메시지는 다소 부담스러워
크리스티앙 카리옹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는 제1차 세계대전 개전초기, 서부전선에서 발생했던 믿지 못할 실화를 다루고 있다.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 서로의 목숨을 담보로 대치하던 병사들이 손에서 총을 놓고 개점휴업(?)의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는 설정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작위성을 의심하게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은 1914년 12월 24일 성탄 전야에 독일군 점령하의 프랑스 북부에서 실재했던 낭만적 해프닝이기에 '스토리텔링'으로서의 튼실한 성립요건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날 밤 참호 속에서 대치했던 프랑스·독일·영국 3개국의 군대기록보관실에는 병사들이 서로 함께 찍은 사진이나 주고받은 서신 등의 기록이 남아있음은 물론 당시에 이런 내용이 영국의 신문 '더 데일리 스케치(The Daily Sketch)' '더 데일리 미러(The Daily Mirror)' 등의 기사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의 이런 납득할 수 없는(?) 인간적 교류는 각국의 야전 지휘부를 진노케 해 많은 당해 군인들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100m 지척의 사이에서 대치하고 있던 3국군 중, 영국(스코틀랜드)군이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성탄의 설렘을 조심스럽게 드러냈고 이에 뒤질세라 독일군은 노래로 화답하며 크리스마스 단 하루를 위한 휴전협정을 맺게 됐던 것. 연이어 3개국 병사가 한데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선물을 교환했으며 심지어 축구경기까지 벌인다.
세계전쟁사에서도 무척 희귀한 이 사건은 인간이 발명한 가장 저주받을 행위인 전쟁 속에서 스스로의 존엄과 공동선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병사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통해, 곡진하고 장중한 진실로 관객의 가슴에 다가온다.
전선에 징집된 독일의 오페라스타 니콜라우스(벤노 퓌어만)와 그의 애인 안나(다이앤 크루거)가 독일군 참호에서 노래를 부르며 전선을 성탄파티장으로 만드는 장면, 독일에 있는 아내 소식에 초조해 하는 프랑스군 오데베르 중위(기욤 카네)와 자세한 전황을 몰라 전전긍긍하던 독일군 장교 호스트마이어(다니엘 브륄)가 인간적 조우를 하는 장면 등에서 진부한 동화를 읽는 듯한 도식적 메시지가 거슬리지만, '적과의 동침'이란 아이러니적 상황을 나타내는 불가피한 설정임을 이해한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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