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에 위치한 인적 드문 노인 요양소에 지난 10일 한꺼번에 50여명의 천사들이 내려왔다. 경일대학교 뷰티코디네이션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만든 봉사단인‘경일뷰티천사'가 월막리에 위치한 ‘월막 노인의 집'을 방문한 것이다.
“나만 사람 손은 뭐 할라꼬?”
할머니들은 거북등껍질 같은 갈라진 손을 펴 보여주시기 부끄러워 하셨다. 오전시간 동안 봉사단원들은 한명씩 할머니 옆에 붙어서 깔끔하게 손톱을 다듬고 발마사지와 피부마사지, 스킨케어까지 유명 피부관리실에서나 받을 수 있는 ‘풀 서비스'를 해드렸다.
“죽고 나서 쓸 영정사진인데 화장은 만다꼬?”
점심 식사가 끝나자 다시 한명씩 할머니 앞에 서서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고는 메이크업 붓을 들었다. 한쪽에서는 할머니 얼굴형에 따라 꼭 맞는 화장을 곱게 그려 넣고 다른 한쪽에서는 머리모양을 다듬는 가위소리가 사각거리더니 잠시 뒤 할머니들은 서로 고운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영정사진이라지만 사진촬영을 위해 의자에 앉은 분들은 하나같이 밝은 미소로 포즈를 취했다.
지난겨울 경일대 뷰티코디네이션학과에서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배운 실력을 봉사활동을 통해 펼쳐볼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그래서 모인 3, 4학년과 대학원생, 교수들이 50명이 넘었으며 재학생이라고는 하지만 그 중에는 피부관리실을 직접운영하거나 미용업계에 재직중인 학생도 많아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 행사를 기획한 김정원 교수(학과장)는 “영정사진들 보면 좀 무표정 하자나요. 곱고 즐거울 때 찍어드리면 더 좋겠다 싶었어요.”라며 “직장이나 수업 때문에 시간을 맞추는 일이 어려워 이번 자원봉사가 창단식을 겸한 첫 행사지만 정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봉사학점제도'도 시행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경일뷰티천사'는 학교와 지역의 지원을 얻어 이처럼 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 일년에 두 번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