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단기 사천삼백사십년 정해년….” 낭랑하게 축문 읽는 소리가 3월 새 학기 캠퍼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경일대학교는 매년 이맘때 각 학부(과)마다 입방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대학마다 새 학기 새로 선출된 학생회 임원들이 일년 임기동안 학과의 안녕을 기원하는 입방식(入房式)을 갖지만, 이 대학은 좀 남다르다.
13일 오후에 열린 건설정보공학과(학과장 안승섭) 입방식에는 신입생, 재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와 대학원생 심지어 졸업생까지 150여명이 참석해 고사상 위의 돼지머리에 금일봉을 물렸다.
교수님 호주머니에서 하얀 봉투가 나올 때마다 연신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한쪽에 마련된 다과상에 앉아 졸업생과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입방식 행사장에서 얼차려나 사발식 문화를 찾기는 어려웠다.
경일대를 졸업한 후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교수님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으로, 다시 동 대학 대학원과 직장을 병행해 올 2월에 석사과정을 마쳤다는 송완영(도시정보지적공학과 94학번)씨의 입방식 감회는 남달랐다. “회사가 교내 R&DB센터에 입주해 있어 돌아서면 친정집인데 왜 안 오겠습니까?”라며 새색시 같은 웃음을 지으며 사장님이 건네준 봉투를 돼지머리에 올렸다.
한편 경일대학교는 신학기 행사가 과격하거나 무질서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교수나 대학원생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신입생 예비대학에는 100명이 넘는 교수가 1박 2일 일정으로 참석해 안전사고나 불미스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성과가 있었다고 학교측은 밝혔다.